조선 위클리 비즈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10년 넘게 기업들에게 던지는 충고는 한결같다. "핵심에 집중하라"는 것.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반복 가능한 성공모델이 탄생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판단이 깔렸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 '복잡성 관리'다. 단순함의 규율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조직이나 제품 모두 단순화해야 핵심에 집중할 수 있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인앤컴퍼니의 제임스 앨런 글로벌전략부문 대표는 위클리비즈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행정적으로 복잡해지면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고객 의견이나 일선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점차적으로 사명감을 잃게 되고 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복잡성으로 인해 서서히 쇠락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은 복잡성을 유발하고, 복잡성은 성장의 조용한 암살자"라고 말했다. 복잡성은 소리 없이 조직을 죽인다. 개구리를 솥에 넣고 물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아무런 자각 없이 죽음을 맞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앨런 대표는 "단순성 이슈는 복잡성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대기업은 성장률이 조금만 높아져도 포트폴리오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다. 삼성의 경우, 창업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제품, 지역, 채널이 모인 거대한 왕국이다. 이런 복잡성을 해결하려다 보면 결국 조직이 복잡해지고, 나아가 정보의 흐름이 복잡해지면서 프로세스가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은 결국 조직을 좀 먹고, 동기 부여를 막는다. 직원들은 자신들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고귀한 미션도 없게 된다. 이미 거대하고 복잡한 관료주의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앨런 대표는 "이런 복잡성은 경영진 내 불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며, 이는 또 다른 복잡성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수많은 기업을 관찰한 결과, 이러한 복잡성과 더불어 조직 내에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출몰하는데 모든 결정 사안에 대해 매번 토를 달고,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는 부류들이다.
베인앤컴퍼니가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얼마나 조직이 복잡하고 필요 없는 시스템이 많은가를 느끼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복잡성이 낮은 회사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매출 증가율이 평균 10% 높았다.
그렇다면 이를 개선하는 방법은 뭘까. 앨런 대표는 "리더가 앞장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조직 간소화와 복잡성 해소를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전략이란 본질적으로 굉장히 '단순한' 개념"이라면서 "핵심에 집중하고, 이 핵심 분야에서 최고가 되며, 최고의 경제성을 달성하고,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게 전략의 본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