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mention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사업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신사업은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화두이지만, 거꾸로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한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었던 태양광이 좋은 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신사업은 그 정의부터 기업이 지금까지 하고 있지 않았던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사업을 고르기 위해서 외부 시각, 즉 시장조사 기관, 애널리스트가 예측한 사업 전망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외부 시각에서 매력적인 사업은 이미 모두에게 알려져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경쟁도 치열할 뿐 아니라 M&A를 하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뛰어들어봐야 성공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오히려 태양광에서와 같이 거품의 정점에 올라타게 되기 십상이다. 두 번째, 큰 변화에 둔감하다. 애널리스트들의 사업 전망은 대부분 기존 기업의 시각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기업들은 자신이 해오던 방식에 익숙할 수밖에 없고 애널리스트들은 이들의 실적과 시각에 기반하기 때문에 큰 변화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다. 셰일가스의 경우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고작 불과 몇 년 전에야 화두가 되었다.
성공적인 신사업을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된 시각을 가져야만 한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의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진입을 결정했을 때는 시장은 모두 공급과잉으로 인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때였다. 인텔조차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삼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컴퓨터의 성장에 베팅했다. 태양광에 뛰어든 기업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정반대의 결정이었다.
다른 예로 유전 시추 기업인 시드릴이 있다. 시드릴은 기존 시추 기업들이 모두 천해(淺海)유전에만 집중하던 2000년대 초반, 수요자인 오일기업들이 심해(深海)유전 탐사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2004년 설립과 함께 심해유전 시추를 위한 설비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본격화된 심해유전 시장을 독식하면서 설립 7년 만에 시총 20조원을 넘는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다. 신규 업체였던 시드릴은 기존 업체들이 간과하던 새로운 기회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 집중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시장의 컨센서스와는 반대 방향을 취해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투자전략을 컨트라리언(contrarian) 전략이라고 한다. 이렇게 외부의 대다수 시각을 거꾸로 이용해서 기회를 발굴하는 것은 신사업 개발에도 매우 유효한 접근이 된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 시각을 갖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산업의 트렌드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사슬을 따라 순차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급성장한 심해유전의 경우 유전 탐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으나 탐사를 통해 발견한 유전에 대한 시추 작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고, 시추가 끝난 유전에서의 생산은 아주 최근에 시작됐다. 즉 심해 유전 개발이라는 트렌드만 해도 실제로 모든 가치사슬이 영향을 받기까지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확산의 시차를 활용하면 이미 알려진 트렌드라 해도 남들보다 빨리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가치사슬 내의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가치사슬을 따라 수요업체와 공급업체의 시각을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둘째는 산업의 사이클이다. 남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사업이라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야 한다. 거꾸로 남들이 부정적으로 볼 때가 기회가 될 수 있다. 2000년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시장의 경쟁이 격화돼 많은 업체들이 시장 철수를 결정할 때 시게이트는 철수하는 업체들을 헐값에 인수했다. 결국 이 회사는 2013년 매출 15조원, 영업이익 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떨어질 때 사고 오를 때 판다`는 주식 시장의 격언은 신사업에도 유효하다.
셋째는 다른 시장에서 이뤄진 산업의 진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산업이 발전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이뤄졌으나 아직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사업을 가져다 적용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2위 맥주회사인 SAB 밀러는 새롭게 성장하는 아프리카 시장에 진입했으나 비싼 가격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시장에만 존재하는 변종 맥주 상품인 발포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저렴한 타피오카를 원료로 한 `이글` 맥주를 반값에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넷째는 다른 산업의 사업 모델을 빌려 적용하는 것이다. 중저가 SPA 의류 브랜드인 자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도요타 시스템을 의류 산업에 적용해 재고 관리와 물류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