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매거진

차별화 사라진 온라인 채널, 승부처는 결국 ‘상품력’에 있다

차별화 사라진 온라인 채널, 승부처는 결국 ‘상품력’에 있다

  • 2017년5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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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사라진 온라인 채널, 승부처는 결국 ‘상품력’에 있다

온라인 전체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소셜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은 지난해 1조 9천억 원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이 5,600억 원에 달했다. 다른 소셜 업체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수료 기반의 오픈마켓 역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16%나 감소했다. 매출이 커질수록 손익이 악화되는 딜레마, 그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베인앤드컴퍼니의 강지철 상무와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RM 온라인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을 끌어오는 상품이 있으면 수익을 챙기는 상품도 있어야 한다. 매출은 느는데 갈수록 수익이 악화되는 이유는 역할 부여에 따른 카테고리 믹스 전략이 제대로 수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은 고객 관점에서 보는 매력도, 즉 집객력과 유통업체 관점의 수익성 두 축을 기준으로 4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도표 1참조). 집객력과 수익성 모두 높은 상품을 ‘베스트(Best) 카테고리’ 라고 한다. 유통업체가 해외소싱이나 PB개발을 통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수익은 높지 않지만, 고객 호응이 높아서 집객에 도움이되는 상품을 ‘트래픽(Traffic) 카테고리’라고 한다.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상품으로 활용되며, 대형마트에서는 주로 신선식품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트래픽 카테고리 상품은 역마진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중국 RT마트는 구매 빈도가 가장 높은 돼지고기와 계란을 상시 최저가로 판매해 고객을 유인한다.

세 번째, 구매 빈도가 높지 않아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고수익을 가져다 주는 상품을 ‘마진(Margin) 카테고리’라고 한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목적구매 상품은 아니지만, 쇼핑하다 보면 눈에 띄어구매하게 되는 상품이며, 회사 입장에서는 바스켓 사이즈를 늘려수익을 챙길 수 있는 카테고리다.네 번째, ‘갭(Gap) 카테고리’는 수익과 집객력도 모두 낮지만, 구색상 필요에 의해 갖춰놓는 상품을 뜻한다. 베스트, 트래픽, 마진, 갭, 이 4개 카테고리의 최적화된 조합을 통해 객단가와 고객당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소매업 카테고리 전략의 요체다. 물론 규모가 작은 매장은 잘 팔리는 상품 위주로 구비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겠지만, 매장면적이 3천㎡가 넘는 대형마트 같은 업태는 트래픽 카테고리로 고객을 유인하고, 여기에 베스트나 마진 카테고리 상품을 더 얹어 구입하게 함으로써 객단가와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특히 고객을 오도록 만드는 베스트와 트래픽 카테고리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영역에서만큼은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도록 구색폭과 깊이를 고려해 진열공간을 배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카테고리 운영 전략이 온라인 채널에서는 거의 작동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물론 진열공간이 한정돼 있는 오프라인 업태에 주로 적용되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채널 역시 수익과 집객 역할을 하는 상품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원리는 같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신선식품이나 일부 그로서리를 싸게 파는 대신 PB나 해외 소싱의 상품개발을 통해 베스트 카테고리를 꾸준히 개발해 수익 균형을 맞춘다. 그런데 온라인 영역에서는 트래픽 카테고리 개발에만 주력해, 각 업체별로 베스트 카테고리라고 할 만한 상품이 보이지 않는다.

RM 온라인 업체들이 트래픽 카테고리 개발에만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집객과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베스트 카테고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자사만 판매할 수 있는 온니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소싱 능력, 즉 상품개발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온라인 대표주자들이 성장한 배경을 보면 차별화된 상품을 소싱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가장 싸게’ 파는 전략을 취해 왔다. 쿠팡의 기저귀나 분유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전략은 당장 고객들을 끌어와 덩치를 키우는 데는 효과적 이지만,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문제다. 굳이 베스트 카테고리가 아니어도 수익을 가져다 주는 품목이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은 트래픽 카테고리를 통해 고객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부분 상품을 최저가 전략으로 가져가기 때문이 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자주 찾는 상품이 아닌데도 수익성이 낮다. 결국 수익과 매력 둘 다 잃어 갭 카테고리 상품들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인터뷰 때도 언급했듯이 모바일 쇼핑시대로 가면서 일회당 구매단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비용절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수익 개선을 위해 고수익 상품을 개발해 고객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M 온라인 채널의 카테고리 믹스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카테고리 믹스 전략을 수립하고, 부여된 전략적 역할에 맞게 적합한 카테고리를 선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이 목적인 트래픽 카테고리 타깃은 자사가 가장 원하는 고객이 돼야한다. 30대 중반 여성고객이핵심타깃이라면 그 고객층을 데려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상품을 트래픽 카테고리 범주에 넣어야 하는것이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은 트래픽 카테고리를 활용해 자사가 어떤 고객을 조준해서 끌어오겠다는 부분에 대한 세밀한 디자인이 부족하다. 그때 그때 최저가 소싱이 가능한 상품으로 당장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상품을 트래픽 카테고리로 활용한다. 이는 상품 소싱 역량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스트 카테고리 상품을 키우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온라인쇼핑몰 경쟁은 광고와 가격경쟁을 통해 고객을 끌어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쟁이 치열했던 배송 서비스도 이제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균질화된 시점에 차별화를 위해서는 베스트 카테고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아직 그럴 만한 역량이 없다. 정리하면 현재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이 수익 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첫 번째 카테고리 믹스 전략의 부재, 두 번째 가장 적용 빈도가 높은 트래픽 카테고리에 대한 전략 부재, 세 번째는 소싱역량의 부재이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RM 온라인쇼핑몰 역시 결국은 머천다이징 역량이 중요한가.

국내 온라인쇼핑몰은 최근 한 가지 모델로 수렴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소셜커머스 대표주자 쿠팡은 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하겠다고 밝혔고,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은 직매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결국 직매입과 중개모델을 적절히 혼합해 운영해가는 방식인데 여기에서 승부처를 가르는 것은 상품 소싱력이다. 미국 아마존도 직매입과 중개모델이 혼합돼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추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전체 거래액 가운데 40%가 직매입 상품이고, 60%가 중개모델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이며, 이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아마존 풀필먼트센터(Amazon Fulfillment Center)를 이용해 배송되는 상품이다. 아마존의 직매입 비중은 점점 늘고 있는데 중개에서 직매입으로 전환되는 메커니즘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도표 2>와 같이 아마존 직매입 확장 단계를 보면, 1단계에서는 모든 상품이 중개 형태로 거래된다. 그리고 2단계에서는 일정기간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전율이 높은 SKU를 걸러내고, 그 품목들을 대상으로 직매입으로 전환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직매입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판단 기준은 아마존이 직접 취급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의 여부다. 또한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고객경험상 중요한 품목이어서 품질이나 가격을 관리하지 않으면 아마존 경쟁력이 훼손될 것 같다고 판단되는 영역에 대해서도 직매입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계속 직매입 비율을 늘려간다.

셀러(seller)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판매량과 수익, 고객니즈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직매입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직매입 범주에 들어가는 상품에 대해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 소싱 역량을 발휘한다.우리나라 쇼핑몰들도 이러한 개념을 지향하고는 있으나 머천다이징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한다.오프라인 유통업체 경우 태생적으로 상품에 초점을 두는 DNA를 장착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태동할 때 지금처럼 분석기술이나 발달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 차별화에 가장 힘을 쏟았다. 반면 온라인 업체들은 대부분IT기반이다 보니 물류시설 같은 하드웨어나 데이터 분석 인프라에는 투자를 하지만, 머천다이징 능력을 키우는 데는 투자가 소홀했다.

RM 사이트상 구현방식도 중요할 것 같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설명해달라.

온라인 채널에서도 비주얼 요소가 중요하다. 오프라인에 ‘VMD(Visual Merchandising)’ 전략이 있듯 온라인쇼핑몰에도 ‘사이트 머천다이징’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이트 머천다이징은 어떻게 하면 사이트상에 상품을 효과적으로 노출시켜 고객이 구매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으로, ‘검색 및 탐색’ 영역과 상품정보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VMD’ 영역이 있다. 검색과 탐색은 계층구조(Hierarchy)와 관련이 깊은데 우리나라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지나치게 키워드 검색 기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검색 기능은 중요하고, 투자를 하는 것도 맞는 방향이지만, 그렇게 해서 들어온 고객이 트래픽 카테고리만 구입하고 나가게 된다면 결국 수익개선은 요원하다. 일정 수준의 검색 기능을 갖추되, 그 이후 고객이 사이트를 탐색하고 탐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 온라인 업체들이 카테고리 분류 체계는 꼼꼼하게 구축해 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들은 오래 머물면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싶기보다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얼른 빠져 나오고 싶다고 느끼는데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분류 체계 중심보다는 상황별 제안 코너를 확대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사용자환경(User Interface) 개선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마존은 카테고리별 메인 화면에 모든 상품을 다 노출시키지 않고, 큐레이션 기능을 통해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상품을 띄워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 주니 선택이 용이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한 두 개 상품을 골라서 고객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은 분석 기반의 알고리즘이 뒷받침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VMD 영역이다. VMD는 상품 상세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노출되는 정보를 표현하는 전략인데 대부분 업체들이 상품 사양이나 원재료, 크기 등 기본적인 정보 제공에 머물러 있다. 마치 꼭 해야 할 숙제를 한 듯한 느낌이다. 방문자의 구매욕을 자극해서 사이트상의 정보만으로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의 질과 제공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온라인 슈퍼마켓인 ‘프레시다이렉트’ 경우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제철상품들을 메인화면에서 추천하고, 세부 카테고리로 들어가면 선도 순서로 상품을 보여주면서 담당자가 의견을 단다. 이 업체는 영국 오카도에 비해 신선식품에 특화돼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만큼 선도관리에 엄격하고, 신선식품 부문에서 고객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질 방식도 다양하게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 결과가 즉각적이지 않다 보니 단기 성과에 도움이 되는 트래픽 카테고리 개발이나 광고에 치중한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오히려 신선식품 배송몰 ‘마켓컬리’나 패션몰 ‘29㎝’ 같은 작은 업체들이 경쟁력을 발휘하며서 시장과 고객에게서 모두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대형 리테일러가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앞으로 온라인 시장은 이러한 카테고리킬러형 쇼핑몰들이 더 늘어나면서 전체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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