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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리스타트’ 그러나 예전과 다른 길로

[Mint] ‘리스타트’ 그러나 예전과 다른 길로

Cover Story: 글로벌 컨설팅·투자기관과 석학 21명이 본 2021년

  • 2021년1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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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리스타트’ 그러나 예전과 다른 길로

[조선일보=윤형준, 신수지 기자] “올해 세계는 신종 코로나로 입은 타격을 회복(recovery)하고, 반등(rebound)을 시작할 것이다. 백신을 포함한 의료·생명공학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원격(remote) 근무·교육 등 정보기술(IT)의 산물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이를 토대로 올해 우리 사회는 복구(restored)되고, 경제 활동은 서서히 재개(resumption)될 것이다."

Mint가 세계적 컨설팅 기업 수장과 경제·경영 분야 석학, 글로벌 투자기관의 대표 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전문가 21명에게 2021년 한 해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요약하면 올해는 ‘RE-’(‘다시’를 뜻하는 접두사)의 해다. 전문가 8명이 회복(recovery)을 언급했고, 개조(reshape), 재구성(reconstructed) 등 ‘RE’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를 딛고,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되찾길 바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회복되려면 몇 년 더 걸릴지 모른다”면서도 “분명한 건 올해, 그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성장의 키는 백신이 쥐었다

새해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란 가장 큰 근거는 ‘백신’이다. 올해 안에 몇몇 국가는 ‘코로나 종식’을 선언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백신 보급에 따라 일부 산업은 꽤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무역·여행·투자가 다시 활기를 띠고 공급망이 재건돼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후퇴한 세계 경제의 기저 효과로 경제성장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바이오 기술·스트리밍 서비스·온라인 쇼핑 등 코로나가 촉발한 혁신 기술이 그 선두에 서 있다.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는 “생명공학과 의료 기술의 황금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몇 년 이상 빨라졌다”며 “온라인 연결성이 확대되며 (기업이 활용 가능한) 인적 자본은 더 풍부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상당수는 “여행 수요는 살아나겠지만, 비즈니스 출장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줌(Zoom)과 같은 원격 화상회의 서비스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매니 마케다 베인앤드컴퍼니 회장은 “기업들은 재택근무가 (비용·시간 면에서) 효율적이고, 생산성도 높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자동화와 AI(인공지능) 도입이 확대되면서 비즈니스 혁신도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벳시 마키 전 미 하원의원은 “소비 환경이 제한됐지만, 소비 욕구 자체는 그대로”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가 나와 성장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국수주의, 불평등·재정 부담

사회·정치 영역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리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백신 효과가 나타나려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맞아야 하는데, 국가별로 그 시기에 차이가 나면서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국가 간 경쟁과 이기주의로 인해) 강국이 백신을 선점하는, 이른바 ‘백신 국수주의(vaccine nationalism)’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경제의 대척점에 있는 전통 실물경제는 쇠퇴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대면 서비스 기반의 소매업·관광업 등은 쉽게 부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관광처럼 코로나로 사실상 무너진 산업 중 일부는 아예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고, 마우로 기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도 “팬데믹으로 촉발된 자동화로 인해 영원히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다”고 우려했다.

무너진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막대한 돈을 풀면서, 이것이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RE’로 시작하는 키워드 중엔 ‘구조조정’(restructuring)과 ‘감소’(reduction) 등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가 남긴 멍에다.

팬데믹의 극복 과정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덤 포즌 미 피터슨연구소장은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으며 북미·유럽 선진국이 더 유능하고 덜 부패하다는 환상은 깨졌다”고 했다. 또 찰스 위플로스 제네바대 교수는 중국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코로나 통계 등으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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