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위기때 비용절감 매몰되면 기회 놓친다"

"위기때 비용절감 매몰되면 기회 놓친다"

17일 대체투자 포럼 키키 양 베인앤드컴퍼니 아·태 PE 대표

  • 2022년11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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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때 비용절감 매몰되면 기회 놓친다"

[매일경제=강두순 기자] "맹목적인 비용 절감만으론 현재의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움츠려 있기보다는 물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거나 비용 구조상 물가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위너(승자)' 기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에 나설 때입니다."

키키 양 베인앤드컴퍼니 아시아·태평양 PE 대표는 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이 진정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대표는 오는 1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매일경제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글로벌대체투자콘퍼런스(GAII 2022)에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양 대표는 유펜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거쳐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합류했다. 현재 홍콩에서 아태지역 사모펀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간 갈등 심화, 곡물·에너지 가격 급등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며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와 인수·합병(M&A) 시장도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 지역 PEF 운용사들의 전체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급감했고 같은 기간 PEF들이 투자 기업을 매각해 회수한 금액 역시 40% 정도 줄었다.

양 대표는 "가파른 원자재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압박은 기업의 수익성·현금흐름 악화,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의 주요 요인이 되며 이는 PEF의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기존에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전략적·재무적 상황을 정확히 평가해 세밀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는 게 '절대적 해법'이라는 일부 경영진의 사고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경영진이 과도하게 비용 절감에만 매몰되면 경기 침체 시 재투자 수단으로써 M&A를 활용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면서 "경기 침체를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은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빠른 시일 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양 대표는 "경기 침체기에는 보통 과감하게 행동에 옮기기보다 보수적이고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마련"이라며 "장고를 거듭하는 동안 좋은 기회를 경쟁사에 빼앗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주변 환경이 어려워진 지금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분석해보면 경기 침체기를 승리의 기회로 삼은 기업은 핵심과 비핵심 사업을 철저하게 가려내고,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하게 발라내는 방식으로 M&A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며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M&A에 나선 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쟁사와 격차를 확연히 벌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금융위기 당시 침체기에 M&A 등 과감하게 대응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경기 회복기의 수익이 약 14~16% 높았다는 게 양 대표의 분석이다.

양 대표는 지난 수년간 넘쳐나던 유동성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분간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조달비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올해 상반기 전 세계 PEF들의 미소진 자금(드라이파우더)은 3조6000억달러에 달하며 아시아 지역만 놓고 봐도 여유 자금 7000억달러가 쌓여 있어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신용 경색으로 시중 자금이 완전히 말라버렸던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기업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를 할 때 시장 성장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 한다기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보는 위기 대응 방식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일경제가 주한유럽상공회의소와 함께 개최하는 GAII 2022는 '금리 상승기 인플레이션 환경에서의 대체투자 전략'을 주제로 열리며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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