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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조치’ 재빨리 실행하되 선제적 M&A 기회도 눈여겨봐야

'후회 없는 조치’ 재빨리 실행하되 선제적 M&A 기회도 눈여겨봐야

  • 2023년1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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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조치’ 재빨리 실행하되 선제적 M&A 기회도 눈여겨봐야

Special Report: 에릭 톰슨 베인앤드컴퍼니 APT 부문 아태 총괄 대표 인터뷰


Article at a Glance

경기 침체가 닥치면 기업은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만 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계획을 못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침체기가 오기 전에 3~4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 둬야 한다. 비용 인상기인 만큼 비용 절감은 필수지만 동시에 매출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격 인상부터 패키징 변경, SKU(최소 재고 관리 단위) 조정, PB(자사 브랜드) 비중 확대, 고객 인게이지먼트 강화 등 가능한 선택지들을 모두 동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기 침체기는 가격적인 매력이 높은 매물이 등장하는 시기인 만큼 기존 사업과의 연결고리, 인수 후 통합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선제적 M&A의 기회도 끊임없이 모색할 때다. 원칙에 입각해 ‘후회 없는 조치’들을 빠르게 실행하는 리더만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김윤진 기자] 2023년 리세션(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가 잦아들 기미가 없다. 물론 예상보다 ‘경미하게(mild)’ 지나갈 것이란 낙관적 관측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경기가 조정 국면을 겪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경기 경착륙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침체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위기 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기는 비용이 고정돼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세웠던 기존 전략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시기다. 그렇다면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수요는 둔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5년 전, 항공기 제조 업체 에어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 뼈를 깎는 자구책과 미래 지향적인 투자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 공장 간 재배치, 생산 비용 감축, 아웃소싱 등의 계획을 담은 ‘파워 8’을 실행에 옮겼고 네 건의 M&A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제품 혁신에 매진해 3~4년 후 경기 회복기 시장 1위 지위를 회복했다.

에릭 톰슨 베인앤드컴퍼니 아태지역 APT(Accelerated Performance Transformation) 부문 리드는 이렇듯 침체와 반등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구원 투수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APT란 약 18~24개월 정도에 걸친 기업의 대규모 체질 전환을 지원하면서 조직이 기존과 다른 업무 방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변화 관리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톰슨 리드는 20여 년간 아시아에서 기업 회생 부문 전문가로 활약하며 동남아 국적 통신사, 역내 석유화학 대기업, 호주-아시아 권역 원유 및 가스 시추 업체 등의 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 혹은 CRO(Chief Restructuring Officer)직을 수행해 왔다. 지난해 말 서울을 방문한 에릭 톰슨 리드를 DBR가 만나 경기 침체기 기업의 체질을 왜, 어떻게 바꿔야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을지 물었다.

현재 경기 침체를 어느 수준으로 예상하나?

사람들의 예상보다 이번 경기 침체의 강도가 상당히 심각할 수 있고, 전 세계가 영향권에 놓일 것이며, 기간도 3~4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모든 기업이 단기간에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시나리오별 대응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 20%, 50% 하락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지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매출이 반 토막 나 비용 절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트레이드오프(trade-off), 즉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후 순위로 미룰 것인지, 투자 건 중 무엇을 추진하고 무엇을 중단할지 정해야 한다. 막상 경기 침 체가 닥치면 기업들은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만

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계획을 못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승산이 없다. 가령,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저가에 대량 매수하자고 충분한 고민 없이 결정을 내리는 기업들이 있는데 가격이 얼마나 더 하락하고, 어디가 바닥인지를 미리 내다보고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반드시 전담팀을 두고 시간을 따로 할애해 발생 가능한 침체 또는 위기의 강도, 범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경기 침체 대응 시나리오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가?

대응 수립 자체를 안 하는 것도 문제고,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수립하는 것도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모든 상황에 대해 일일이 다 알 수도 없는 데다 너무 많은 시나리오는 관리할 수 없다. 다만 ‘매출의 50%를 한 고객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그 고객이 이탈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이 주요 변인을 기준으로 약 2~3개의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게 적절하다. 큰 변화가 없을 때의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 그 사이의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 한두 개 정도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대응이 수월해질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 때의 턴어라운드 전략이 현재 경기 침체기에도 유효할까?

격동의 시기를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은예나 지금이나 같다. 아시아 금융위기,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에도 선제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성 제고나 M&A 등 조치를 취했던 기업이 위기를 훨씬 잘 극복했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가령, 1999년과 2008~2009년 현대차는 경기 침체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1999년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사업 규모를 키웠고, 2008년 향후 10년을 위한 사업 체질 전환에 집중한 결과 2009년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및 가격 경쟁력 있는 신규 모델을 출시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위기 때 가격 경쟁에 뛰어들 수도 있었지만 현대차는 가격을 단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고 고객들이 현대차의 품질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

과거 직접 수행한 프로젝트 중 선제적 대응을 잘한 사례를 들어 달라.

석유/가스, 광산 등 천연자원 섹터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해 왔는데 이런 업종은 경기 사이 클에 따라 부침이 있다. 2014년에는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았는데, 이때 다년간의 활황기에 미리 마련해 둔 침체기 대응책이 빛을 발했다. 고객사였던 한 광산 업체는 원자재 생산 및 판매사로서 원자재 가격이 50% 정도 급락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지를 미리 고민해 뒀다. 가격이 50% 깎인다고 비용도 곧 바로 50%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레버(lever)를 활용해 대응할 것인지를 생각해 뒀던 것이다. 첫 번째 레버는 비용 절감이었다. 사업 호황기에는 구성원들의 비용을 잘 의식하지 않고 구매, 공급망 등 비용이 조직 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그렇기에 위기 상황에선 이렇게 오른 비용을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두 번째 레버는 매출 부문이었다. 이 업체가 당면한 문제 중 하나는 제품 출하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최대한 많은 제품을 항구로 옮기고 출하할 수 있을지 속도를 높일 방안을 분석했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바로바로 출하함으로써 매출을 늘릴 방안을 강구했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가격 하락에도 잘 방어할 수 있었다. 아마 호황기가 이어졌다면 계속 고비용을 부담했을 수도 있고 매출 확대 기회도 놓쳤을 것이다.

매출 확대라면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경기 침체기에 비용 절감뿐 아니라 매출 확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 대다수 업체는 가격 인상만을 떠올린다. 특히 많은 소비재 기업이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려 한다. 가 격을 인상하거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인다. 하지만 이 방식을 언제까지나 이어갈 수는 없다. 같은 커피를 주문했는데 예전보다 용량이 적다면 소비자들이 어느 선까지는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저가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집에서 마실 것이다. 그리고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커피를 반값에 제공하는 대체재를 찾으면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즉, 효율성 제고를 동반하지 않는 가격 인상은 위험하다. 물론 아직 가격을 더 올릴 여지가 있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격 탄력성이 부담을 받기 시작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난해 3분기 네슬레가 전년 대비 8% 성장한 분기 매출을 발표했는데 이 중 7.5% 성장이 가격 인상 때문이었다. 실질적인 성장은 0.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가격 인상만으로 달성한 셈이다. 이런 접근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소비자들 역시 가격 부담이 커지면 ‘저가 브랜드, 저가 제품으로의 이동(trade down)’을 고려하거나 본인들의 구매 행태를 바꾸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 상승기에 가격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지 않나?

초기 대응으로는 가격 인상이 효과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영원히 이탈해버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패키징 변경, SKU(최소 재고 관리 단위) 조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대안에 눈을 돌려야 한다. SKU 조정을 예로 들면, 자 동차 기업의 경우 모든 사양을 다 갖춘 모델보다는 축소된 사양을 넣은 모델을 론칭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고객사인 해산물 공급 업체의 경우 초반에는 비용 상승 압박에 못 이겨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후에는 추가적인 인상보다는 자사 브랜드(PB) 비중 확대 및 공급망 재편을 통한 원료 비용 절감을 적극적으로 도모했다. 가격 인상을 더 할 경우 브랜드 사업 매출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PB 품목을 늘려 마진을 극대화하는 대안을 택한 것이다. 또한 록히드마틴 같은 군용기 제조사는 경기 하락이 예상될 때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단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최적의 발주 시기를 정하는데 총력을 다한다.

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수요 위축은 불가피할 것 같은데 고객 이탈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현 상황을 보면 아예 고가 제품/브랜드/채널은 현상 유지를 잘하고 있고, 저가 제품/브랜드/채널은 성장세라는 점에서 모든 시장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간 가격대 기업들이 많은 부담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프리미엄 유통사는 아직 상황이 괜찮고, 창고형유통사인 코스트코(Costco) 역시 잘 버티고 있다. 이에 반해 타깃(Target) 등 중간에 있는 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회복기에 대비해 쌓아 뒀던 재고가 문제로 부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을 중심에 두고 여러 고객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강화하고,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브랜드의 일부라는 느 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 고객들은 디지털 마케팅에 익숙하기 때문에 10년 전만 해도 어려웠던 다양한 방식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는 매일 고객에게 e메일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최근에는 메시지 내용을 조정해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라는 데 공감을 표하고 코스트코가 고통 분담을 위해 좀 더 큰 폭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코스트코는 주유소 사업도 운영하는데 미국 소비자들이 기름값에 민감하고 휘발유 가격이 전반적인 가격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착안해 자사의 싼 기름값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휘발유를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로스 리더(loss leader, 미끼 상품)’1 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약 30~40% 상승한 휘발유 가격을 모두 소비자에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가격 인상보다 현명한 접근일 수 있다.

위기 상황을 선제적 M&A의 기회로 활용한 사례가 있나?

아시아의 한 금융 고객사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은행 고객사는 오랜 기간 보험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를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아시아 금융위기가 기회가 됐다. 금융위기 기간에 부실기업들이 헐값에 등장하면서 자체 힘만으로 보험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M&A를 통해 단기간에 진출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아마도 자체적으로 추진했더라면 5년 이상 더 소요됐을 것이다. 이 고객사는 본사가 위치한 국가 이외 지역에서 보험사를 인수하고 지역 포트폴리오 를 확대해 나갔는데 전략적 정합도가 매우 높았다. M&A에 앞서 타지역 시장에 보험업 진출을 위한 자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긴 했는데 이 투자는 중단했다. 몇 달 전 고용했던 일부 인력을 해고해야 하긴 했지만 자체 투자보다 시간을 훨씬 단축했다는 점에서 M&A를 통한 진출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지역적 확대를 위한 M&A도 있지만 가치사슬의 전후방 통합, 즉 수직 계열화를 위한 M&A도 있다. 한 자동차 고객사는 지금과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 후방 통합을 처음으로 추진했고, 전략적 검토 끝에 타지역에 있는 기업을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실책도 있었지만 기존에 완성차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던 사업 영역을 부품으로 확대하면서 가치사슬의 완성이란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어떻게 하면 M&A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가격이다. 평가 절하된 기업을 찾아 할인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다. 둘째는 완전 인수가 됐든, 일부 지분 투자가 됐든 투자 이후 회사의 사업 가치 증대로 이어지는지다. 아무리 좋은 가격에 인수를 한다 해도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 소용이 없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크로스보더 M&A를 수행한 뒤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다. 이는 인수를 통해 달성하려는 게 현재 사업의 강화인지, 신성장 엔진의 확보인지, 기존 사업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인수 후 통합 작업을 어떻게 할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결과다. 아무래도 해외 M&A의 경우 경영진이 국내 M&A에 비해 관심의 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현지에도 인재가 필요하고 조직 문화도 부합해야 하는데 조직 전반의 핵심 가치는 통일하면서 현지 색채는 존중,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다. M&A는 두 개의 다른 기업, 문화를 통합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익 증대나 비용 절감 등 재무적 분석을 빼놓는 경우는 잘 없지만 ‘사람’으로 진행된 두 개조직을 어떻게 통합할지도 놓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토해야 한다.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한 시기에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조직 구성을 바꿔야 할까?

당장 부도나 유동성 위기가 닥친 게 아니라면 경영진 교체 같은 큰 결정을 성급하게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을 충동적으로 내릴 시기는 아니다. 태스크포스(TF)나 전담팀을 통해 변화를 관리하거나 전문가 지원을 받아 사업의 본질, 회사의 강점, 그리고 향후 3, 5, 10년간 전략,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환율 변동성이 클 때 미국 기업은 달러화 강세를 활용해 해외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환율 변동 위험을 어떻게 회피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변화 관리를 전담하는 임원의 도움을 받아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인력이 구성됐다면 대응책 수립 및 실행을 담당하는 소수의 임직원이 1~2주에 한 번씩 모여서 추진하기로 하는 등 관리 체계(governance), 미팅 사이클(cadence), 성과 트래킹(tracking) 등 프로세스를 정하는 것이 대응책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프로세스는 반드시 투명해야 한다. 투명성이 책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프로세스가 투명할 때 앞으로의 계획, 추진 현황, 남은 작업, 담당자 등을 모두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런 시기 가장 중요한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리더들이 고민 없이 기본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조치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후회 없는 조치(no regret move)’라 부른다. 가령, 지금 같은 상황에서 비용 절감은 후회 없는 조치에 해당한다. 어려운 결정일지라도 후회 없는 조치들은 지체하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정해진 답이 없고, 무언가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약 3000여 명의 콜센터 직원을 두고 있던 동남아 지역 통신사의 구조 조정을 진행한 적이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콜센터 직원을 3000여 명에서 1000여 명으로 줄일 것을 제안하자 당시 경영진은 고객 서비스(CS)의 질이 저하될 것을 매우 염려했다. 우수한 CS가 이 기업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점검해봤더니 대부분의 콜센터 고객이 원하는 바는 결제 등 단순 업무였고, 직원이 길게 통화하지 않더라도 자동화를 통해 매끄럽고(seamless), 간결한(simple) 고객 경험을 제공하 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언뜻 어려워 보이는 결정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내리고 비핵심 영역은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기업이 핵심과 비핵심 영역을 구분할 있을까?

사실 대다수 기업은 이미 핵심과 비핵심 영역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관성, 사람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리더십이 결정을 늦추거나 행동하지 않을 뿐이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변화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촉매제 역할을 하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어느 기업이나 ‘가장 중요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하게 되고, 진작 했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지출 프로젝트, 즉 IT 인프라 등 뭔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들의 경우 한 번 시작하고 나면 계속 추진하는 게 중단하는 것보다 쉽다. 그러다 보니 유수 의 ‘좀비’ 프로젝트가 생겨난다. 하지만 처음 추진할 때는 분명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시작 후 초기 의도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면 그동안의 지출은 매몰 비용으로 무시하고 지출을 중단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어떤 사업이든 핵심 영역은 소수이고, 이는 비교적 명백하다. ‘가장 중요한(critical)’ 사안이 열 가지 정도라면 ‘중요한(important)’ 사안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가장 중요한 일을 잘 파악해서 여기에 총력을 다하는 게 관건이고, 수행할 때는 반드시 원칙에 따라야 한다. ‘원칙에 입각한(disciplined) 실행’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 유의해야 점이 있을까?

첫째, 기업 뼈대가 되는 핵심 영역까지 축소해서는 안 된다. 둘째, 힘들게 절약한 비용이 다시 새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미래 성장 을 위해 필요한 투자 영역에서 비용 절감으로 인한 타격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부도나 부실화 상황에 직면한 게 아니라면 본질 사업에 악영향을 줄 정도의 비용 절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하며, 회사의 운영 역량이나 미래에 문제가 발생할 정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승자로 떠오르는 기업의 특징은 맹목적인 비용 절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복기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고 자본을 재배치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용 절감이 인력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삶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직책이더라도 향후 성장할 영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지, 재훈련의 기회는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에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기업 성과가 저조할 때 우수한 직원일수록 보통 다른 선택지를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좋은 인재일 수록 빨리 잃고, 유능하지 않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직원들만 살아남는, 회사로선 안타까운 경우들이 발생한다.

힘든 시기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핵심 인재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주니어 포지션이더라도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파악해 커뮤니케이션하고, 회사에서 이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실적 부진 기간일수록 직원들에게 어떻게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 기업을 인수한 한 한국 기업의 사례를 보면 성과 개선을 위해 인센티브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 직원들 의 인센티브를 높이는 대신 임원들의 통제 범주(span of control)를 확대했다. 그동안 한 임원이 2~3개 조직을 관리했다면 5~6개 조직을 한 번에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임원 수를 감축하는 대신 직원 인센티브를 높일 수 있었고 이는 직원 관리에 효과적이었다.

유동성 확보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양립 가능한 목표인가?

유동성은 산소와 같고, 가장 중요하다. 현금 없이는 생존할 수 없고, 공급 업체 결제, 임직원 임금 지불 등 모든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게 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매몰 비용이 있더라도 과거에 개시한 투자를 강행하기 보다는 필요하다면 과감히 중단해야 미래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 신사업이나 인접 영역에의 투자, M&A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존 투자 중 무엇을 멈출지를 알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기업 전략을 바꿔야 한다. 가령, 고객사 중 일본 소비재 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은 최근 모든 수익을 부동산에서 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재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기존에 핵심 사업이었다 할지라도 이 효과가 분명치 않다면 투자 여부를 재고해 봐야한다. 절대 안 바뀔 것 같은 일에도 다시 한번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강조하건대 이 세상에 절대 안 될 일은 없다.

[본 기사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361호(2023년 1월 Issue 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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