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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기계를 넘어 생각해야 살아남는다

제조업, 기계를 넘어 생각해야 살아남는다

[WEEKLY BIZ] 베인의 True 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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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기계를 넘어 생각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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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간판 제조 대기업인 지멘스(Siemens)는 몇 년 전부터 대대적 구조조정을 벌였다. 헬스케어·에너지 등 핵심 사업과 거리가 먼 자회사들을 분사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한편, 기계·장비 등 제조 부문은 ‘스마트 공장’ 등 핵심 미래 사업에 집중하도록 조직을 재편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622억유로 올렸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0억유로를 기록해 27% 성장했다.

지멘스뿐 아니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상당수 선진 제조 기업은 전통적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로 전환해 핵심 미래 사업의 성과를 개선하고 있다. 덩치로 결판을 보는 종전 전통 제조 모델이 더 이상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만큼 고객들 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대기업의 자리는 이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방식을 쇄신한, 더 전문화한 기업들이 차지하게 됐다.

제조 업계에서 포착되는 첫째 흐름은 모든 산업에서 통용되는 범용 상품을 만들던 시절이 저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특정 산업에 특화된 상품을 얼마나 더 잘 만들 수 있는지가 성공 열쇠다. 예컨대, 과거엔 ‘냉각기(冷却器)는 그냥 냉각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장소와 업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쓰는 냉각기와 반도체 클린룸에 투입하는 냉각기는 달리 만들어야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

지멘스는 이를 일찍부터 파악하고, 업계 특성을 반영한 플랜트 설비 및 자동화 방안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일례로 제약에 특화된 기술 회사를 적극 인수하고, 그 분야 리더를 핵심 인재로 포섭해 제약 산업 내 기계·장비 시장점유율을 대폭 높였다. 그 결과 지멘스의 ‘디지털 제조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165억유로와 함께 영업 이익률 20%를 기록했다. 제조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성적표다.

제조 업계의 둘째 트렌드는 하드웨어만큼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산업용 로봇을 예로 들어보자. 30년 전, 산업용 로봇의 가치는 기계 성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어 장치가 중요한 요소였다. 10여 년 전 이 흐름에 변화가 생겨났다. 로봇에 패턴 인식과 궤적 보정 등 첨단 기능이 더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최근엔 사람이 코딩을 하지 않고도 로봇에 새로운 기술을 더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기능은 소프트웨어 성능 개발이 필수적이다.

산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술 확보 전쟁도 치열해졌다. 지난해 ABB의 ASTI 모바일 로보틱스 그룹 인수, 그리고 2018년 테라다인의 모바일 산업 로봇(MiR) 인수는 이러한 추세를 상징한다. 선도적 기계 제조 회사들은 내부 하드웨어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만큼 로봇과 연계되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구축에 어마어마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변화가 더뎠던 과거에서 벗어나 향후 10년 변화 속도는 엄청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 기계·장비 제조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프트웨어 산업과 닮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SaaS(Software-as-a-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처럼, 제조업 역시 고객의 사용 빈도나 사용 결과 등에 따라 값을 지불하는 형식의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이다. 음료를 가공하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는 수퍼마켓에서 음료 판매 개수만큼 수익을 되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베인의 전망치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의 실적 기반 서비스 모델은 약 3년 후 제조 회사 전체 서비스 매출의 30%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기계를 넘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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