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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베이스로 혁신하라...절감한 예산 신동력에 재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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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ZBB예산 기법

예산 편성은 모든 기업이 매년 거치는 활동이다. 많은 기업들은 전년 예산을 기반으로 차기 연도 예산을 편성하지만, 최근 각 예산 항목별 필요성을 제로베이스로 판단하여 편성하는 제로베이스 예산(ZBB·Zero-Based Budgeting) 기법이 다시금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1970년대에 이미 대두되었던 제로베이스 예산 기법이지만, 최근 해외의 여러 성공 사례가 대두되면서 그 실질적 효과에 기업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절감된 예산을 우선 사업에 재투자

선도 기업들은 ZBB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절감된 재원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재투자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특히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이 ZBB를 도입해 수익성을 극적으로 개선하고, 도입 후에도 이를 유지하고 추가 개선함에 따라 ZBB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거대 식품 기업인 크래프트 하인즈는 ZBB를 통해 고정비의 3분의 1을 절감했다. 하인즈는 2013년 3G 캐피털에 인수된 직후 ZBB를 도입했고, 이후 크래프트와 합병한 뒤에도 ZBB를 유지했다. 그 결과 2016년 ZBB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나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2014년 22%에서 2016년 29%로 증가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ZBB를 통해 전략적 비용과 비전략적 비용을 구분하고 회사의 성장을 위한 자원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략적 비용은 기업이 더 많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비용이다. 반면 비전략적 비용은 사업 수행과는 무관한, 없어도 되는 모든 비용이다. 실제로 많은 비전략적 비용 항목은 그 존재 자체도 모르는 채 관행적으로 차기 연도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최근의 디지털화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로 한때 사업 기여도가 높았던 비용의 전략적 중요도가 감소하고 있는데, 예산을 관행적으로 편성하다 보면 이러한 비전략적 비용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ZBB는 예산 편성 시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전략적 비용과 비전략적 비용을 구분하기 때문에 사업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상시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ZBB는 또한 직원들의 주인 의식과 업무 몰입(engagement)을 높일 수 있는 비용 절감 방안이다. ZBB는 예산 수립 단계에서 일선 업무 담당자가 구체적으로 오너십을 갖고 예산을 직접 수립하는 만큼 임직원들이 성과 창출에 필요한 자원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합의된 예산에 대해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갖게 한다.

ZBB는 비용 항목의 재정의에서 출발

ZBB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략적 비용과 비전략적 비용이 명확히 구분되도록 비용 항목(계정)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절감의 중요도가 높은 비전략적 항목일수록 별도로 구분해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채널 중요도가 증가하는 금융업의 경우 임차료와 시설 유지비는 전략상 중요도가 줄어드는 반면 연구개발을 위한 제반 비용은 전략적 중요도가 증가한다. 이를 일반 경비 등 타 비용 항목과 구분하면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에 따라 해당 비용의 증감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기반해 비용 항목별, 사업부별 절감 목표를 하향식으로 설정한다. 이때는 현재 비용 수준을 고려하기보다는 향후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역량인지, 비용 집행 시 결과는 어떠한지, 운영 방식에 따라 절감 여지가 있는지 등을 생각해 절감 수준을 고려한다.

셋째, 각 비용 항목을 구성하는 중심 사업 활동의 증감에 관여하는 구성원이 활동 단위에 따라 상향식으로 예산을 수립한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을 예로 들면 업무 활동별 소프트웨어 필요 여부, 필요 라이선스 개수, 라이선스당 드는 비용을 따져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편성한다. 이를 통해 해당 담당자는 예산을 수립할 때마다 각 활동을 제로베이스 차원에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경영진과 비용 담당자는 실제 현장에서 비용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

넷째, 담당자가 일차적으로 수립한 예산은 사업부와 비용 항목 담당자가 함께 필요 여부를 검증하고 합의한다. 사업부는 주어진 매출과 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 조직별 예산이 합당하게 구성되었는지를 검증한다. 비용 항목 담당자는 해당 비용 항목에 대한 전문성과 전사적 관점을 바탕으로 사업부별 절감 노력이 충분히 진행되었는지를 검증한다.

다섯째, 실제 업무 시에는 합의된 예산에 기반해 비용을 집행하고, 집행 현황을 전산화된 ZBB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의사 결정자가 그때 그때 사안에 따라 비용을 집행하지 않고, 전사 전략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집행하도록 유도한다. 여섯째, ZBB를 통해 절감된 비용이 회사 성장과 임직원 인센티브 등에 어떻게 재투자되었는지를 임직원과 공유한다. 예산 절감 노력이 회사와 개인의 이익으로 선순환되는 것을 보여주면 ZBB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전략적 방향에 대한 전사적 이해 필요

ZBB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찾아 자원을 집중시키는 전사적인 활동이다. ZBB를 통한 예산의 절감이 회사의 전략적 성공과 임직원의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충분한 소통이 뒤따르지 않으면 ZBB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며 조직원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또한 기존의 예산 관행과 비교해 많은 인원이 예산 수립 과정에 참여하며 이를 위한 시스템과 문화 구축, 변화 관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ZBB의 또 다른 비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ZBB 성공 사례에서 입증된 예산 절감의 효과는 이러한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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