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매경이코노미=장지수 베인앤드컴퍼니 상무] 과거 한 유명 레스토랑 체인이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때의 일화다.
한 컨설턴트는 이 레스토랑의 메뉴를 쭉 훑어보더니 샌드위치에 투입되는 단백질의 양이 너무 많아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하며, 단백질 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다른 컨설턴트는 샌드위치 가격이 너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니 가격을 올리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컨설턴트는 인건비가 과도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종업원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레스토랑 체인은 이러한 컨설턴트의 조언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 결과, 현장에선 ‘가격은 종전보다 비싸졌는데,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재료는 적어진 얇은 샌드위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 입장에선 참담한 최종 결과물을 내놓게 된 것이다.
M&A 업계에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격언(格言)이 어울리는 분야가 있다. ‘운영 실사(operational due diligence)’다. 실사(實査)는 투자 집행에 앞서 의사 결정이 적합한 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시장·경쟁 등 거시적 요소와 경쟁력 관점의 ‘사업 실사(commercial due diligence)’, 세부 재무 지표 관점의 ‘재무 실사(financial due diligence)’ 등 방식이 다양하다.
최근 글로벌 PE 업계에서 주목 받는 운영 실사는 사업 운영 구조와 수익성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전사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
십여년 간의 저금리 환경에서는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해 신사업·디지털 등을 입힌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비싸게 거래하는, 이른바 ‘멀티플 익스팬션(multiple expansion)’이 가장 흔했다. 자연스레 기존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과 향후 밸류업(value-up)이 주된 분석 대상이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며, ‘멀티플 익스팬션’보다 기업 운영 방식 개선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이른바, ‘마진 익스팬션(margin expansion)’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국내 M&A 업계에서는 운영 실사가 많이 확산돼 있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한 글로벌 PE는 철저한 운영 실사를 통해 유통 관련 포트폴리오 회사의 EBIDTA(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 수익률을 약 1년 여만에 -2~3%대에서 플러스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철저한 운영 실사 기반 유통 센터와 구매 부문이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고, 영업팀의 생산성을 끌어올린 결과였다.
성공적인 운영 실사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우선, 대상 회사의 두터운 기업 내·외부 데이터 확보다. 이는 개선점을 파악하는데 필수다. 또한 운영 실사팀 역시 다른 실사팀과 마찬가지로 경영진 신임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운영 실사는 경영 권고 결과가 경영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경영진으로부터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해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울러 운영 실사는 기업 세부 요소들을 ‘종합적(holistic)’ 시야로 조망해 실질적인 경영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각자가 장밋빛 미래에 집중하다보면 실사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 실사는 각자의 ‘사일로(silo)’를 허물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기업 자산을 활용하는 첫 걸음이다. 매출과 비용 구조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봐야 고금리·고물가 시대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린다.